[1] 전세 사기로 인해 서울 빌라 수요가 줄었습니다.
[2] 최근엔 빌라 건축 건수도 줄었습니다.
[3] 청년의 주거 사다리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피해는 20·30대의 몫
서울 빌라 수요가 크게 줄었습니다. 전세·매매시장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전세 사기가 원인인데, 그 피해는 20·30대가 보고 있습니다. 오늘 부딩은 ‘빌라 전세 기피 현상: 피해는 20·30대의 몫’에 대해 다룹니다.
빌라 전세 싫어요 서울에서 빌라(연립·다세대주택) 전세거래가 급감했습니다. 올 들어 7월까지 전세거래량은 작년 동기 대비 26.9% 감소(5만6228건→4만1095건)했습니다. ① 전세 사기 여파로 빌라 기피 심리가 번졌고 ② 기존 전세 임차인도 월세(반전세 포함)로 많이 옮긴 데다 ③ 정부가 전세 사기 예방을 위해 전세금반환보증보험¹⁾ 가입 문턱을 높인(공시가격 150%→126%) 결과라는 분석입니다.
check! 실제로 올 들어 7월까지 서울 비아파트 임대차시장에서 월세의 비중은 60.3%(16만2192건 중 9만7801건)를 차지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출처: 서울부동산정보광장). 비아파트 월세 선호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입니다.
¹⁾ 전세금반환보증보험: 임대인이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않으면 보증기관이 대신 갚아주는 보증상품입니다. 보증기관은 추후 임대인에게 전세보증금을 회수합니다. 이를 운용하는 기관은 HUG와 SGI서울보증, HF까지 세 곳입니다.
빌라보단 소형 아파트 빌라 수요 감소 현상은 매매시장에서도 뚜렷합니다. 올 들어 6월까지 서울 전체 주택 매매거래에서 아파트의 비중은 57%(3만692건 중 1만7509건)로 작년 동기(27.5%) 대비 2배 이상 늘었습니다. ‘이왕 살 거면 아파트!’라는 심리가 퍼진 겁니다. 비싼 아파트를 어떻게 사느냐고요? 가격대가 낮은 소형 아파트를 사는 식입니다. 지난해에 전용면적 60㎡(약 26평) 이하 수도권 아파트의 매매거래 비중은 전체의 50.9%를 차지해 2008년(54.6%) 이후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피해는 20·30대의 몫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빌라를 짓는 이도 줄었습니다. 올 들어 7월까지 전국 다세대주택 건축 인허가 물량은 5872가구로 작년(2만1650가구) 대비 72.9% 급감했습니다. 더욱이 올 들어 5월까지 서울에서 건축 허가가 난 신축 빌라는 총 165건입니다. 작년 동기 623건과 비교하면 74% 줄었습니다. 이처럼 빌라 시장이 쪼그라들면 주요 수요층인 20·30대의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단 분석입니다. 아파트를 중심으로 정책을 펼치며 빌라를 정책 사각지대에 방치했다는 겁니다. 최근 들어 아파트값이 오르는 가운데 빌라까지 짓지 않으면 향후 청년의 주거 사다리¹⁾를 위협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¹⁾ 주거 사다리: 월세 살던 무주택자가 돈을 모아 전세로 옮기고, 거기서 다시 힘을 모아 마침내 자기 집을 마련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4명 중 1명은 반환보증 미가입 전세 사기 피해자 중 4분의 1은 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반환보증)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출처: 서울시). 심지어 보증금을 다 날릴 위기에 처한 미가입자 대부분은 20·30대였습니다. 전세 임차인이라면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이나 전세권설정¹⁾ 등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평가입니다.
¹⁾ 전세권설정: 전셋집 등기사항증명서에 ‘내가 임차인’이라고 기록하는 겁니다. 보증금 미반환 시 확정일자는 보증금반환청구소송을 거쳐야 하지만(그 판결문으로 경매 신청), 이걸 완료하면 바로 경매 신청이 가능해집니다. 단, 등록세(보증금의 0.2%)와 교육세(등록세의 20%) 등 비용이 꽤 듭니다. 보증금이 3억 원이면 70만 원 이상 들어갑니다.
“30일 내에 보증금 돌려줍니다” 무용지물 전세 사기 피해자가 늘며 그 처리가 늦어지고 있습니다. 가령 지난해에 HUG가 접수한 보증금 반환 신청 5078건 중 46.1%(2340건)는 지급까지 5주 이상 걸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세 사기 피해 증가로 ‘30일 안에 보증금을 돌려준다’는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약관은 무용지물이 되었습니다.
10명 중 6명 “주택 구매 미룰 것” 서울경제신문이 성인 1013명에게 ‘자금이 충분한 무주택자’라면 집을 사겠냐고 묻자 61.5%는 “구매를 미루겠다”고 했습니다. “당장 사겠다”고 답한 비율(31.1%)의 2배 수준입니다. 50대(72.6%)에서 구매를 미루겠다고 한 비율이 가장 높았고 이어 60대(66.1%), 30대(65.3%) 순이었습니다.
민간주택 분양 10년 만에 최저 올해 민간주택(분양·임대) 분양 물량이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전망입니다. 올 들어 9월까지 분양한 민간주택은 11만3103가구인데, 이는 작년 말 건설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계획 물량(25만8003가구)의 44% 수준입니다(출처: 부동산R114). 작년 하반기부터 분양시장이 나빠진 영향입니다.
11월부터 토허제 완화 11월부터 서울시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¹⁾의 비주거 부동산(상가 등)은 허가를 받지 않고도 거래할 수 있게 될 전망입니다. 서울시가 집값에 영향을 주지 않는 상업·업무용 시설의 거래제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겁니다. 단, 아파트 등 주거용 부동산은 현행 규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¹⁾ 토지거래허가구역: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이나 땅 등을 거래할 때 기초자치단체장의 허가를 얻어야 하는 제도입니다. 상업·업무용 시설은 최소 1개층을 실사용하는 조건으로만 허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투자자가 접근할 수 없기에 치솟는 부동산값을 누르기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습니다.
그 존재 자체로 소중한 ‘살아남은 고무나무’
#42 살아남은 고무나무
깊어가는 가을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완연히 달라진 계절을 느끼고 집 안 가구와 물건을 옮기며 약간의 변화를 주고 있다. 분위기가 드라마틱하게 달라진 건 무엇보다 우리 집에서 가장 키가 큰 고무나무를 옮겼기 때문이다. 수형이 특이한 벵갈고무나무는 가지 하나가 길쭉하게 반원형 곡선으로 뻗어 있어 세로보다 가로로 공간을 차지하는데, 이 때문에 어디에 둬도 존재감이 상당한 편이다.
나는 이 나무를 양재화훼센터의 한 가게에서 샀다. 그 매장 한편엔 비슷한 모양의 벵갈고무나무가 줄지어 놓여 있었는데, 그중 수형이 특이한 데다 잎사귀 하나하나 자리한 위치가 특히 예쁜 걸 샀다. 당시 내가 살던 집은 채광이 무척 좋아 나무를 들이자마자 새순이 여기저기 돋아났다. 자고 일어나면 불룩하게 솟은 초록색 새순을 찾느라 정신없는 나날을 보냈다. 그렇게 잘 지내던 나무를 그해 겨울, 한 달 정도 전시 공간에 갖다 둔 적이 있다. ‘고요의 방’이라는 제목으로 방 하나를 꾸며 전시하는 공간에 싱그러움을 더하는 역할로 보냈다. 고무나무는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왜인지 그 후로 새순이 나지 않았다. 아마도 한겨울에 전시가 끝난 시간의 실내 온도가 너무 낮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게 아닐까 싶다.
멈춰버린 고무나무의 성장은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올여름, 두어 개의 새순을 보여주며 새로운 국면을 맞는 듯했지만 가을이 돼 다시 정체기로 돌아갔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매일 나무를 살피며 초록의 기운을 찾는 일을 그만두었다. 새순이 나지 않는다고 보채며 조급하게 구는 건 나무의 생장에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일일 테니까. 대신 이 나무에 ‘살아남은 고무나무’라는 인디언식(?) 이름을 지어주었다. 어쩌면 지금껏 이 모습으로 살아남은 게 작고 보드라운 새순을 내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었는지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휑하고 휜 이 나무가 평생 이 모습 그대로라고 해도 나는 정말 아무 상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규제의 역설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해 규제했는데 그 반대 결과가 나오는 걸 말합니다. 가령 투기 방지를 위해 정부가 재건축 허가 기준을 강화했는데, 투기랑 관계 없는 원주민이 사는 낡은 아파트까지 재건축이 지연돼 가격이 떨어지는 반면 투기꾼이 투자한 아파트는 희소가치가 높아져 오히려 가격이 폭등하는 게 대표적입니다.
가로주택정비사업 도로와 접한 소규모의 낡은 저층 주거지를 최고 15층짜리 아파트로 탈바꿈하는 걸 말합니다. 전체 부지 면적 2만㎡(약 6050평) 미만 사업지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미니 재건축’이라고도 합니다. 이전 문재인 정부는 재건축·재개발은 막아도 이것만큼은 밀어줬습니다. 혜택도 많이 줬고요.
여기 어디?
남산이 보이는 예쁜 동네.
사진 제공. @yeoyu_r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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