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규제지역을 풀어달란 요구가 빗발칩니다.
[2] 정부는 곧 규제지역을 풀기로 했는데,
[3] 시장이 연착륙하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11월 4일부터 매주 금요일에 ‘SCRAP: 최고요의 사물집’ 연재를 시작합니다. 이 칼럼은 집에 있는 거의 모든 물건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는 걸 목표로 합니다. 평소 당연한 듯 그곳에 있는 물건에 호기심을 갖고, 그래서 그것이 쓸모 있는 물건이 되면 우리 삶의 습관도 바뀔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물건이 모여 있고, 내가 살아온, 살아가는 흔적이 기록되는 집을 더 좋은 물건이 가득한 공간으로 만들고 싶지 않나요? 최고요 공간 디자이너가 작게는 구둣주걱부터 크게는 현관문까지 자신의 물건을 소개합니다. 🏡
정부는 집값이 오르길 바랄까, 내리길 바랄까?
집값 하락세가 강해지며 최근엔 수도권에서도 규제지역을 풀어달란 요구가 나오고 있습니다. 집값이 오를 때 만든 규제 탓에 경기가 얼어붙었다는 겁니다. 정부요? 11월 중 규제지역을 추가 해제하기로 했습니다. 오늘 부딩은 ‘규제지역 해제 검토: 정부는 집값이 오르길 바랄까, 내리길 바랄까?’에 대해 다룹니다.
규제지역 풀어주세요
수도권 곳곳에서 규제지역¹⁾을 풀어달란 요구가 빗발칩니다. 경기가 안 좋고 집값 전망도 부정적인데 왜 규제지역을 유지하냐는 겁니다. 경기도 고양·구리·의왕·의정부·평택시 등이 이미 규제지역을 해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은 데 이어 최근 인천시 중·동·서·미추홀·연수·남동·부평·계양구 등 8개 지자체도 정부가 규제지역을 풀어야 한다는 의견서를 냈습니다.
check! 규제지역 해제 요건은 갖추고 그러느냐고요? 11월 2일 기준 규제지역으로 묶인 수도권 주요 지역은 규제 해제를 위한 정량적(지표상) 요건을 모두 갖췄습니다. 한마디로 정부의 정성적(주관적) 평가에 따라 규제지역 해제가 늦어진다는 평입니다.
¹⁾ 규제지역: 집값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보다 현저히 높아 투기가 성행하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 지역 중 특정한 세부 요건을 충족한 곳을 말합니다. 가령 규제지역 중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주택담보대출을 집값의 40%로 제한하는 등 대출과 청약, 세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규제를 받습니다. 정부는 지난 9월에 세종시를 뺀 비수도권의 규제지역을 전부 해제했습니다.
규제지역 풀게요
지자체의 의견이 전해진 걸까요? 최근 정부는 이달 중 규제지역 추가 해제를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시장에선 벌써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를 뺀 서울 외곽을 중심으로 투기과열지구¹⁾ 해제 가능성을 점치고 있고요. 이번엔 지방에서 유일하게 규제지역으로 남은 세종시도 해제할 거란 예측이 나옵니다.
check! 지방에선 왜 세종시만 규제지역으로 남겨뒀느냐고요? 세종시는 전국적으로 청약이 가능한 곳으로 100채 중 60채는 지역 내, 40채는 전국 시장에 오픈돼 있습니다. 이에 미분양도 거의 없고, 청약 경쟁률이 여전히 높아 규제지역을 유지한다는 주장입니다.
¹⁾ 투기과열지구: 직전 3개월간 주택가격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하는 등 주택에 대한 투기가 우려되는 지역으로 정부에서 지정합니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주택담보대출을 집값의 40%로 제한하는 등 대출과 청약, 세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규제를 받습니다. 참고로 2022년 10월 현재 서울 전역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10여 년 전엔 어땠을까?
규제지역을 대거 해제할 거란 소식이 전해지며 집값 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반면 지금은 경기가 10여 년 전과 비슷하니 걱정할 필요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요. 10여 년 전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요? 2008년 이명박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¹⁾를 극복하기 위해 강남 3구를 뺀 서울 전역의 규제지역을 해제했습니다. 하지만 경기가 나아지지 않자 2011년 강남 3구도 규제지역에서 해제했습니다. 그럼에도 시장의 반응은 계속 차가웠고, 집값 하락세는 박근혜 정부까지 이어졌습니다.
¹⁾ 글로벌 금융위기: 2008년 미국에서 터져 그 여파가 전 세계로 번진 최악의 경제위기를 말합니다. 부동산 버블로 집값이 오르자 신용불량자에게까지 주택담보대출을 막 퍼주다가 발생한 대참사라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정부는 집값이 오르길 바랄까, 내리길 바랄까?
정부는 부동산시장이 연착륙¹⁾하길 바랍니다. 그간 심하게 오른 집값이 부드럽게 내려앉길 바란다는 얘깁니다. 그래야 가계와 기업, 정부 등에 미칠 충격이 적어섭니다. 반대로 시장이 경착륙하면 경제위기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IMF 사태²⁾가 대표적 사례입니다. 실제로 최근 정부는 시장 경착륙의 뇌관이 될 수 있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³⁾의 부실화 문제를 수습하기 위해 시장 안정화 대책을 내놓는 등 진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check! 물론 미국발 금리인상 등에 따른 부동산시장 경착륙을 막기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건설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 산업 침체는 물론 국가경제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¹⁾ 연착륙: 비행기가 활주로에 부드럽게 내려앉는다는 말입니다. 즉 경기 하강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도록 유도한다는 겁니다. 반대로 ‘경착륙’은 롤러코스트를 탄 듯이 경기가 갑자기 냉각되는 걸 이릅니다.
²⁾ IMF 사태: 1997년 기축통화인 달러가 부족해 우리 경제가 무너진 사건입니다. 정부는 결국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달러를 빌려 썼고, 이 과정에서 여러 기업이 무너지거나 구조조정에 들어가 많은 이가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국가부도의 날>이 당시 상황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입니다.
³⁾ 프로젝트파이낸싱: 신용이나 물적 담보가 아닌 건설사업의 미래 수익성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걸 말합니다.
안심전환대출 4억 원→6억 원
11월 7일부터 정부는 안심전환대출¹⁾의 집값 요건을 시세 4억 원 이하에서 6억 원 이하로 올려 신청 접수를 받습니다. 시세 4억 원 이하로 제한한 지난 신청 기간에 실적이 저조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이번에 요건을 손보며 부부 합산 소득은 7000만 원 이하에서 1억 원 이하로 늘리고, 대출한도도 최대 2억5000만 원에서 3억6000만 원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습니다. 한국주택금융공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신청 접수를 받습니다.
¹⁾ 안심전환대출: 변동금리 또는 이자만 내는 대출을 만기까지 고정금리로 쓰며 원리금(원금+이자)을 나눠 갚게 한 정부표 대출상품입니다. 장점요? ① 최저 연 3.8% 수준으로 금리가 낮습니다. ② 중도상환수수료도 면제해주고요. ③ 만 39세 이하 청년층은 0.1%p 더 낮은 연 3.7∼3.9% 금리를 적용해줍니다.
39.5%→38%→34.5%→31.7%
20·30대의 서울 아파트 매수 비중이 꾸준히 줄고 있습니다. 작년 3분기 전체 거래 1만3574건 중 5875건(43.3%)을 30대 이하가 사들였는데, 이후 △ 2021년 4분기 39.5% △ 2022년 1분기 38% △ 2022년 2분기 34.5% △ 2022년 3분기 31.7% 등으로 그 비중이 급감한 겁니다. 30대 이하의 서울 아파트 매수 비중은 작년 8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본격화한 이후 계속 감소하고 있습니다.
내년에 전국 집값 2.5% 떨어져요
민간 건설 연구소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서 내년 전국 집값이 2.5% 떨어질 거라고 전망했습니다. 올해 누적 집값 하락 전망치(-1.8%)보다 낙폭이 큽니다. 이들은 내년에 수도권은 2%, 지방은 3% 집값이 떨어질 거라고 예측했지만 전셋값은 전국적으로 0.5% 오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집을 사지 않는 이들이 전세시장으로 몰려 전셋값이 오를 거란 얘기입니다.
한 달 전보다 16.8% 늘어났어요
급매물이 아니면 팔리지 않는 시장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인지 최근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전월세로 돌리고 있습니다. 한 부동산 기업에 따르면, 실제로 10월 31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월세 매물은 7만4671건으로 한 달 전(6만3914건)보다 16.8% 급증했습니다. 지난 1월과 비교하면 50.7% 늘었고요. 전세 공급이 넘치자 전셋값도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는 평입니다.
939가구 모집
LH가 서울과 경기에 위치한 전세형공공임대주택¹⁾ 939가구에 대한 청약 접수를 받습니다. 청약 신청은 10월 31일부터 LH청약센터에서 공급 권역별로 할 수 있고, 당첨자는 계약 체결 후 내년 3월부터 입주할 수 있습니다. 전세대출 금리가 급격히 올라 부담을 느낀다면 체크해보세요. 청약 방법을 잘 모르는 이들을 위해 LH 콜센터(1600-1004)에서 전화 상담도 받고 있습니다.
¹⁾ 전세형공공임대주택: 전체 임대료 중 보증금의 비중을 최대 80%까지 높여 월세 부담을 최소화한 정부표 공공임대주택입니다. 임대료는 시중 전셋값의 80% 수준으로 저렴합니다. 임대 기간은 무주택 자격을 유지하면 4년간 거주할 수 있고, 이후 해당 주택에 예비 입주자가 없으면 추가로 2년간 더 살 수 있습니다.
검은 페인트로 바닥을 칠한 월셋집 현관(위), 현재 거주하는 집 현관(가운데), 주물 구둣주걱(아래)
#1 주물로 만든 구둣주걱과 미래의 현관
친구들과 오사카에 놀러 갔다가 황동 주물 구둣주걱을 샀다. 그때가 벌써 6년 전이다. 월셋집에 살며 방 두 개 중 하나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여행객에게 내주던 시절. 당시 집에서 가장 비싼 물건은 이케아에서 산 75만 원짜리 침대였다. 1970년대에 지은 건물 2층의 투룸을 최소한의 비용으로 셀프 리모델링했기에 당연히 현관이라 부를 만한 공간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나는 내게 허용된 모든 호화를 누리고 살았다. 따지고 보면 매월 70만 원으로 이전 집보다 월세가 두 배 비싼 그 집을 빌린 자체가 내겐 사치이기도 했다. 1m 80cm의 주방 폭에 딱 맞는 싱크대를 DIY로 제작해 설치했고, 조식을 먹을 선반도 주방 양쪽 벽에 길게 달았다. 바닥은 장판을 걷어내고 검은색으로 칠했다. 칠하고 보니 원래 그 집 천장의 원목 패턴과 그럴싸하게 어울렸다.
처음 검은 페인트로 바닥을 칠할 때 생각한 절제되고 세련된 무채색의 집은 아니었지만(그 후 내 집은 어째 점점 더 할머니 스타일로 변해가는데) 원하는 모든 걸 이룬 기분이었다. 그때 내 눈앞에 있는 집은 셀프 인테리어로 완성한 낡은 월셋집이 아니라 완벽한 ‘나만의 집’이자 앞으로 내가 살게 될 미래의 모든 집이었다. 구조와 색감, 구성 요소 하나하나까지 내 선택으로 만든 최초의 공간이었다. ‘앞으로는 절대 아무 물건이나 사지 말자’고 그곳에서 나는 종종 다짐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오사카의 어느 편집숍에서 주물로 만든 구둣주걱을 발견한 것이다. 나는 검은 바닥의 내 집과 함께 앞으로 살게 될 미래의 모든 집을 떠올리며 생각했다. 이 물건은 분명 오래도록 우리 집 현관에서 함께할 거라고. 사실 선택에 대한 정확한 기준을 물으면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다. 잡았을 때 느껴지는 묵직함이나 모양새, 검은 칠이 벗겨지면 안쪽의 금속이 드러날 거라는 점 같은 게 좋았다. 우리 집과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아무 물건’과 ‘아무 물건이 아닌 것’을 구별하는 기준은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서 살며 생겨나기 시작했다.
공동명의
하나의 부동산(집)을 둘 이상이 공동으로 소유하는 걸 뜻합니다. 지분을 나눌 수도 있지만 따로 정하지 않는 경우 보통 50:50의 비율로 소유하게 됩니다. 가령 부부 공동명의 부동산의 경우 최대 장점은 절세와 세금 감면입니다.
리츠(REITs)
부동산에 투자하는 일종의 주식을 말합니다. 다수의 투자자에게 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 그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간접투자 방식이죠. 정부의 대출 규제 등으로 부동산투자가 어려워지자 이것이 대안으로 떠오른다는 기사가 재작년부터 나온 바 나왔습니다.
전남 영광에서
골목과 집과 바람 그리고 홀로 산책.
사진 제공. @yeoyu_roi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