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2023년부터 재건축이 쉬워집니다.
[2] 정부가 안전진단 규제를 완화하는 덕입니다.
[3] 이는 시장 활성화를 위한 방안이기도 합니다.


재건축이 쉬워집니다
2023년부터 재건축이 쉬워집니다. 초기 재건축 단지의 발목을 잡던 안전진단 규제를 정부가 느슨하게 푸는 덕입니다. 아파트 구조에 큰 문제가 없더라도 주민 생활이 불편하면 재건축 추진이 가능해지는 겁니다. 오늘 부딩은 ‘안전진단 규제완화: 재건축이 쉬워집니다’에 대해 다룹니다.
들어가며
아파트가 낡아 살기 불편해지면 고쳐(리모델링) 쓰거나 새로 지어(재건축) 쓰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간 우리나라에선 재건축이 어려웠습니다. 법으로 그 기준을 정해놨기 때문입니다. 우선 ① 지은 지 30년 이상 지난 아파트여야 하고 ② 건물에 균열이 생기는 등 안전하지 않아야 하며 ③ 주차 공간 부족 등 주거 환경도 나빠야 했기 때문입니다. 재건축을 위한 첫 관문인 안전진단은 이를 증명하는 절차로 늘 논란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재건축이 쉬워집니다
2023년 1월부터 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¹⁾ 규제를 느슨하게 풉니다. 안전진단의 큰 걸림돌이던 구조안정성²⁾ 항목의 비중을 20%p(50%→30%) 낮추는 게 핵심입니다. 반면 주차 공간 부족 등 주거 환경 점수의 비중은 높입니다. 아파트 구조가 멀쩡해도 이중주차 등으로 생활이 불편하면 재건축이 가능해지는 겁니다. 또 2차 적정성 검토 권한을 지자체에 넘깁니다. 지자체가 요청하면 받는 식으로 바뀌는데, 사실상 ‘폐지’ 수준이라는 평입니다.
check! 안전진단은 다음의 세 단계를 거칩니다. 예비안전진단→1차 정밀안전진단→2차 적정성 검토. 이를 모두 통과해야 재건축사업을 할 수 있습니다. 이번 규제완화의 핵심인 구조안정성 평가는 ‘예비안전진단’에 포함됩니다.
¹⁾ 안전진단: 지은 지 30년이 넘은 아파트의 재건축 시행 여부를 판정하는 단계로, 재건축사업의 첫 관문입니다. 이걸 통과해야 정비구역 지정, 조합 설립,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계획 인가 등 본격적 재건축 절차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²⁾ 구조안정성: 말 그대로 구조적 결함으로 붕괴 위험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겁니다. 건물이 기울어졌거나, 균열이나 철근 부식이 생겼는지 등을 봅니다.

왜 안전진단은 늘 논란의 중심에 있을까? 그 이유는 단순합니다. 우리 아파트가 쓸 만하지 않다는 걸 증명하는 첫 절차가 안전진단인데, 역대 정부가 상황에 따라 그 세부 항목을 그때그때 바꿨기 때문입니다. 안전진단의 핵심은 구조안정성의 비중입니다. 한데 집값이 너무 떨어져 재건축을 활성화해야 할 땐 구조안정성 항목의 배점 비율을 낮추고, 그 반대일 땐 배점 비율을 높였습니다. 이에 아파트 노후화에 따른 주민의 불편은 극심했습니다.
check! 가령 문재인 정부는 2018년 3월 재건축 안전진단 시 구조안정성의 비중을 20%에서 50%로 높였습니다. 공공기관 적정성 검토를 도입하는 등 규제를 강화했습니다. 그 결과 이후 3년간 서울에서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한 곳은 5개 단지로 이전 3년간(56개 단지)에 비해 대폭 줄었습니다. 물론 이는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이끈 부동산 경기부양이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걸 저지하기 위한 정책이었습니다.
왜 다시 규제를 풀까?
집값이 급락하며 시장 경착륙¹⁾ 우려가 나오고 있어섭니다. 즉 재건축 활성화를 통해 부동산 경기를 끌어올리려는 의도입니다. 참고로 지난 몇 년간 전국 아파트값 상승세는 재건축 단지가 주도했습니다. 사업을 거치면 곧 새 아파트로 거듭날 수 있어 서울 도심→서울 외곽→수도권→지방 대도시→전국으로 재건축 단지의 가격 상승이 들불처럼 번졌습니다. 정부도 이를 통해 지나친 시장 침체는 막겠다는 전략입니다.
check! 안전진단 규제완화는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주요 공약이기도 합니다. 다만 정부 출범 초기에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며 시행 시기가 자꾸 미뤄졌습니다.
¹⁾ 경착륙: 롤러코스트를 탄 듯이 경기가 갑자기 냉각되는 걸 말합니다. 반대로 ‘연착륙’은 경기 하강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도록 유도하는 걸 뜻합니다.
집값, 다시 뛰진 않을까?
시장에선 안전진단 규제완화 조치를 반기는 한편, 이것이 시장의 분위기를 바꾸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봅니다. 이유요? 재건축 단지의 특성 때문입니다. 재건축의 성패를 가르는 건 사업성입니다. 개발이익이 확실할수록 사업 진행에 탄력이 붙죠. 하지만 집값이 떨어질 땐 얘기가 달라집니다. 미분양¹⁾이 쌓이는 탓에 사업 진행이 쉽지 않아섭니다.
check! 통상 재건축 단지의 가격은 고무줄처럼 탄력성이 높습니다. 경기 상황에 민감한 편입니다. 집값이 오를 땐 가장 먼저 반응하고, 떨어질 때 낙폭 또한 큽니다. 이는 노후도가 심한 탓이기도 합니다. 노후화가 심해 사람들이 기피하기에 전셋값이 낮게 형성되어 있고, 이에 일반 아파트 대비 투자금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¹⁾ 미분양: 분양 물량보다 청약자가 적은 상태나 그렇게 해서 나온 재고를 말합니다. 즉 청약 경쟁률이 1 대 1을 넘지 못한 상황입니다.

1월부터 5억 원까지 빌려줌
정부가 2023년 1월에 특례보금자리론을 내놓습니다. 이는 9억 원 이하 집을 살 때 소득과 관계없이 연 4~5%대 금리로 최대 5억 원까지 빌려주는, 현재 보금자리론¹⁾을 업그레이드한 상품입니다. 연 8%에 육박하는 고금리 주택담보대출에 힘겨워하던 이들이 이 상품의 출시 소식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도 전해집니다. 반면 여전히 금리가 비싼데 ‘빚내서 집 사라’²⁾ 시즌 2가 시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¹⁾ 보금자리론: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내놓은 대표적 저금리 주택담보대출 상품입니다. 연 소득 7000만 원(신혼부부 기준 8500만 원) 이하 무주택자라면 이용이 가능하며, 6억 원 이하 주택의 70%(3억6000만 원 한도)까지 대출이 나옵니다.
²⁾ 빚내서 집 사라: 박근혜 정부 시절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도한 주택담보대출 규제완화책을 이릅니다. 당시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자 정부는 전 금융권에 LTV 70%를 일괄 적용하는 등 규제완화책을 펼쳤습니다. 이 파격적인 대출 규제완화책은 시장에서 “빚내서 집 사란 이야기”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집값 두 배 오르면 출산율은 최대 0.29명↓
집값 상승이 출산율에 악영향을 준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국책 연구 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지방 이전 공공기관 종사자 3004명의 응답을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2013∼2019년 집값이 100% 상승할 때 응답자당 출생아 수가 0.1∼0.29명 감소하는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해당 기간 평균 출산율과 실제 출생아 수, 집을 가졌는지 여부 등을 변수로 놓고 집값 상승률을 가정해 분석한 결과입니다. 특히 무주택자는 같은 기간 출생아 수 감소 폭이 0.15∼0.45명으로 더 컸습니다.
전국 아파트값 31주 연속↓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주간 아파트값이 최대 하락 폭을 경신했습니다. 12월 첫째 주(5일 기준) 기준 전국 아파트값이 0.59% 떨어졌습니다. 전주(-0.56%)에 이어 또다시 2012년 5월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 하락 폭을 기록한 겁니다. 하락세는 수도권(-0.69%→-0.74%)은 물론 지방(-0.43%→-0.45%)으로도 확대했습니다. 전국 아파트값은 지난 5월 둘째 주부터 31주 연속 떨어졌습니다.
아파트와 빌라, 9억5000만 원 차이
서울 아파트와 빌라(다세대·연립주택)의 평균 매매가격 격차가 9억50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한 부동산 정보 제공 기업이 KB부동산 주택 가격 동향을 분석한 결과, 올 11월 서울 아파트와 빌라의 평균 매매가격은 각각 12억8220만 원과 3억3149만 원으로 그 격차가 9억5000만 원에 달했습니다. 서울 아파트 한 채를 살 돈으로 빌라 3.8채를 살 수 있는 겁니다. 특히 한강 이남에선 그 격차가 더 벌어졌습니다. 한강 이남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15억399만 원이었지만, 빌라의 평균 매매가격은 3억4796만 원으로 약 4.4배 차이 났습니다.
분양 취소합니다
새 아파트를 짓는 시행사¹⁾가 이미 계약이 끝난 단지의 분양을 취소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위약금을 내주면서까지 계약 자체를 무르려는 겁니다. 이유요? 미분양 우려 때문입니다. ‘미분양 마케팅’에 돈을 쓰느니 차라리 시장이 좋아지면 재분양하겠다는 겁니다. 이런 일이 인천과 전남 등지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분양을 취소하면 청약통장은 어떻게 되느냐고요? 청약 당첨 이력이 삭제돼 청약통장은 다시 사용할 수 있습니다.
¹⁾ 시행사: 부동산 개발사업의 모든 과정을 관리·감독하는 운영사를 말합니다. 즉 건설에 대한 사업 주체, ‘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이 있어야 시공사(건설사)도 공사를 할 수 있습니다.



아파텔 아파트 같은 주거 기능을 넣은 오피스텔을 말합니다. 청약통장이 필요 없다는 이점 때문에 시장 상승기 때 수요가 늘었습니다. 주택용지에 공급해야 하는 아파트와 달리 상업용지에도 지을 수 있어 입지는 좋지만, 같은 면적 대비 아파트보다 관리비는 비쌉니다.
보류지 새 아파트를 지을 때 재건축·재개발조합이 이후 조합원 수의 변화에 대비해 일반 분양으로 내놓지 않고 남겨둔 물건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만약을 대비해 빼놓은 물량을 나중에 경매로 파는 걸 의미하죠. 서울시의 경우 총가구수의 1% 내로 보류지를 남겨놓을 수 있도록 합니다.


따라
바람 따라 귤 따라.
사진 제공. @by.jun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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