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역전세난에 전셋집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2] 일부에선 역월세난까지 일어날 조짐입니다.
[3] 내년에도 이 상황은 이어질 거란 전망입니다.
우리 집으로 어서 오세요
임대인이 임차인을 애타게 찾고 있습니다. 곳곳에서 전셋집이 남아돌기 때문입니다. 내년엔 이런 상황이 더 심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오늘 부딩은 ‘역전세난: 우리 집으로 어서 오세요’에 대해 다룹니다.
역전세가 뭐였더라?
전세 계약 시점보다 만기에 전셋값이 떨어진 상황을 말합니다. 내가 2년 전에 3억 원을 보증금으로 냈는데, 계약이 끝날 때 전세 시세가 2억5000만 원으로 떨어져 새로운 임차인(세입자) A가 이 가격에 전세 계약을 맺는 상황입니다. 이때 임대인(집주인)은 괴로울 수 있습니다. A에게 받은 보증금 2억5000만 원에 5000만 원을 더해 내게 돌려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check! 11월 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은 4만9000여 개입니다. 연초보다 55% 늘었습니다. 경기(116%)와 인천(119%) 등 5개 광역시는 같은 기간 28%(대전)에서 최고 560%(광주)까지 물량이 늘었고요. 전세 물량 증가에 역전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입니다.
역전세의 원인은?
전세 물량 증가에 따른 전셋값 하락입니다. 전세 물량이 증가한 원인으론 다음 세 가지를 주로 꼽습니다.
1. 금리인상: 급격히 오른 전세대출 이자 부담에 전세 수요 자체가 줄어듦
2. 거래절벽: 거래 가뭄으로 안 팔린 집들이 갈수록 전세 매물로 쏟아져 나옴
3. 임대차 2법: 전월세상한제¹⁾, 계약갱신청구권제²⁾ 등으로 추후 임대료 인상이 어려워질 걸 대비해 4년 치 전셋값을 한 번에 올린 데 따른 부작용이 생김
check! 전세 매물이 늘어나는 만큼 전셋값 떨어지는 속도도 가파릅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지수 변동률은 6월 이후 매달 -0.08%→-0.16%→-0.45%→-0.78%→-1.36%로 커졌습니다. 특히 10월에 기록한 -1.36%는 2008년 12월 -1.50% 이후 13년 10개월 만에 최대 낙폭입니다.
¹⁾ 전월세상한제: 임대인이 기존 임대계약에서 전세나 월세 가격을 5% 이상 올리지 못하게 하는 제도입니다.
²⁾ 계약갱신청구권제: 임차인이 계약을 한 번 더 연장하는 청구권을 사용해 2+2년 거주가 가능한 제도입니다.
우리 집으로 어서 오세요
사실 역전세가 이번에 처음 나타난 건 아닙니다. 과거 첫 역전세는 1997년 IMF 사태¹⁾ 직후에 일어났습니다. 집값과 전셋값이 동반 하락하며 1998년 한 해 동안 전국 전셋값은 18.4% 떨어졌습니다. 최근의 역전세는 2008년 서울 잠실동에서 일어났습니다. 약 2만 가구 아파트가 동시에 입주를 시작하며 ‘임차인 모시기’가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사태는 다릅니다. 공급엔 큰 변화가 없는데 오직 수요 감소로 인해 역전세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check! 역전세 발생 시 임대인에게 발생할 수 있는 일요? 임차인의 전세대출 이자를 대신 내주는 역월세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 전셋값을 맞추지 못해 집을 급매로 내놓는 일까지 벌어질 수 있다고 시장은 진단합니다.
¹⁾ IMF 사태: 1997년 기축통화인 달러가 부족해 우리 경제가 무너진 사건입니다. 정부는 결국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달러를 빌려 썼고, 이 과정에서 여러 기업이 무너지거나 구조조정에 들어가 많은 이가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국가부도의 날>이 당시 상황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입니다.
역전세를 피하는 방법?
역전세의 가장 큰 피해자는 임차인이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계약 만기에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눈앞이 깜깜해지기 때문입니다. 이에 예방 차원에서 전세권설정¹⁾과 확정일자²⁾, 전세금반환보증보험³⁾ 가입의 3종 세트가 떠오릅니다. 이보다 앞서 전세가율⁴⁾이 80% 안팎으로 높다면 보증금 떼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애초에 계약을 안 맺는 게 좋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check! 정부도 역전세 등의 문제를 인식하고 대책을 내놓고는 있습니다. 2023년 1월에 출시하는 ‘자가진단 안심전세’ 앱이 대표적 예입니다.
¹⁾ 전세권설정: 전세로 들어가는 집 등기사항전부증명서에 ‘나는 임차인이며 보증금은 얼마입니다’라는 기록을 남기는 겁니다. 이를 등기부에 기재하면 강력한 권리(물권)가 생겨 미래에 집주인이 받을 대출 등에 대비해 우선변제권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단, 많은 집주인이 이를 귀찮아합니다. 등기권리증과 집주인의 인감, 인감도장, 신분증 등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²⁾ 확정일자: 주민센터 등 거주지 관할 공공기관에서 전월세 계약 체결을 확인해준 일자입니다.
³⁾ 전세금반환보증보험: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않으면 보증기관이 대신 갚아주는 보증상품입니다. 보증기관은 추후 집주인에게 전세보증금을 회수합니다. 이를 운용하는 기관은 HUG와 SGI서울보증, HF까지 세 곳입니다.
⁴⁾ 전세가율: 매매가 대비 전세가의 비율을 말합니다. 10억 원짜리 집의 전세가 8억 원이면 전세가율은 80%.
역전세, 언제까지 이어질까?
금리인상 기조에 따라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그런가 하면 일각에선 역전세 확산세가 그리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는 주장도 내놓습니다. 임대 수요가 가장 많은 서울을 중심으로 월셋값은 수년째 오르고 있다는 겁니다. 즉 전세대출 이자 부담에 월세로 몰린 이들이 어느 순간 전세시장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평가입니다.
check!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주택(아파트·연립·단독주택) 월세통합가격지수는 3년 넘게 꾸준히 오르고 있습니다. 아파트만 따로 봤을 때도 이 지수는 2019년 8월 이후 38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노원구 아파트값 -0.88%↓
서울 노원·도봉·강북구 아파트값이 급락하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의 11월 셋째 주(21일 기준)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통계를 보면 유독 이 지역의 하락세가 눈에 띕니다. 노원구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이 -0.88%를 기록해 서울에서 가장 많이 떨어졌고, 도봉구(-0.83%)와 강북구(-0.74%)가 그 뒤를 따랐습니다. 노원·도봉·강북구는 지난해에 20·30대의 아파트 매수가 집중된 지역이기도 합니다.
지상층으로 이사하면 20만 원 지원
서울시가 12월부터 반지하주택¹⁾에 사는 가구를 지원합니다. ‘반지하 특정 바우처’를 통해 반지하 가구가 지상층으로 이사하면 최대 2년간 매달 20만 원씩 지원하는 겁니다. 특히 침수 우려가 큰 지역에 사는 이들과 위급 상황에서 대피가 어려운 중증장애인을 우선해 지원합니다. 외국인 주민도 지원받을 수 있고요. 세부적 지원 기준과 구비 서류는 서울주거포털(housing.seoul.go.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¹⁾ 반지하주택: 반지하주택의 본래 용도는 방공호(벙커)였습니다. 1970년대에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 단독주택 등을 지을 때 이를 의무적으로 갖추게 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대도시를 중심으로 인구가 늘며 이곳에 사람이 살기 시작했습니다.
경매로 넘어간 집 2배 이상↑
대출을 갚지 못해 경매로 넘어간 집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금리인상이 잇따르며 대출 이자를 못 갚는 이들이 늘었다는 얘깁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10월 전국 집합건물(아파트·빌라·오피스텔) 임의경매¹⁾ 신청은 2648건으로 전월(1924건) 대비 37.6% 늘었습니다. 특히 서울은 임의경매 신청이 500건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고, 9월(217건)과 비교해도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¹⁾ 임의경매: 채권자(돈을 빌려준 이)가 설정한 근저당권에 따라 신청하는 경매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경매로 부동산을 팔아 대출금을 상환받는 것. 통상 3개월 이상 대출 원리금이 밀리면 은행은 경매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취득세 세입 9조 원↓
거래절벽이 심해지며 내년도 지자체의 취득세¹⁾ 세입에 비상등이 켜졌습니다. 가령 서울 지역의 2023년 취득세 세입 예산안은 전년 대비 9827억 원(15.8%) 줄어든 5조2219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가장 많이 감소한 지역요? 인천으로 감소율은 95.51%였습니다. 경기(-69.57%), 대전(-59.33%), 부산(-57.71%), 대구(-50.61%) 등이 그 뒤를 이었고요. 이에 2023년 우리나라의 전체 취득세 세입액은 22조~26조 원 수준으로 2022년(33조8170억 원) 대비 최대 9조 원 이상 낮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¹⁾ 취득세: 일정한 자산을 취득했을 때 내는 세금을 말합니다. 당연히 집을 샀을 때도 이를 내야 합니다.
12월 1일부터 LTV 50%
정부가 12월 1일부터 규제지역¹⁾ 무주택자의 LTV 한도를 50%로 올립니다. 지금은 불가능한 15억 원 초과 아파트도 주택담보대출²⁾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요. 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시큰둥합니다. 대출이 나온다 해도 금리가 너무 올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지난 7월부터 시행한 DSR³⁾ 규제도 여전히 발목을 잡고요. 이에 집값 움직임에는 변화가 없을 거란 얘기도 나옵니다.
¹⁾ 규제지역: 집값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보다 현저히 높아 투기가 성행하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 지역 중 특정한 세부 요건을 충족한 곳을 말합니다. 가령 규제지역 중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주택담보대출을 집값의 40%로 제한하는 등 대출과 청약, 세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규제를 받습니다.
²⁾ 주택담보대출: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걸 말합니다.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구매할 집을 담보로 빌리는 경우, 이미 구매한 집을 담보로 빌리는 경우. 즉 집을 사려는데 돈이 부족해 대출을 받거나, 매수한 집을 담보로 생활자금 등을 빌리는 케이스입니다.
³⁾ DSR: Debt Service Ratio의 약자로 1년간 갚아야 하는 대출 원리금(원금+이자)이 내 소득 대비 얼마나 되는지 계산한 수치입니다. DSR이 40~50%면 1년간 내는 원리금이 연봉의 40~50% 수준을 넘어선 안 됩니다. 2022년 7월부터 총대출금이 1억 원을 넘으면 개인별 DSR 40% 규제를 받습니다.
벽식 구조 기둥 없이 벽이 위층 수평 구조의 무게를 지탱하는, 국내 아파트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쓰는 구조를 말합니다. 바닥 울림이 고스란히 벽을 타고 다른 세대로 전달되기 때문에 층간소음이 심할 수밖에 없죠. 아래층의 소리를 위층 소음으로 오해하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기둥식 구조 위층 수평 구조의 무게를 지탱하는 기둥이 있는 경우를 말합니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다시 ‘라멘’과 ‘무량판’ 구조로 분류됩니다. 벽식 구조에 비해 상대적으로 층간소음이 적지만, 그럼에도 이 기둥식 구조를 아파트 건축에 쉽게 적용하지 못하는 건 돈 때문입니다.
바람과 집
바람을 맞으며 포착한 제주 풍경.
사진 제공. @lullu_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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