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 아파트 경매 건수가 급증했습니다.
[2] 20·30대가 매수한 지역의 물건이 많습니다.
[3] 단, 고금리 부담에 매물은 쌓이고 있습니다.
싸도 안 사요
서울 아파트 경매 물건이 쌓이고 있습니다. 7년여 만에 가장 많습니다. 단, 경매에 관심을 갖는 이는 줄어 유찰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오늘 부딩은 ‘서울 경매 폭증: 싸도 안 사요’에 대해 다룹니다.
싸도 안 사요 올 10월 서울 아파트 경매 물건이 238건을 기록했습니다. 2016년 5월(291건) 이후 7년 5개월 만에 가장 많습니다(출처: 지지옥션). 특히 경매 물건 3개 중 1개는 2020~2021년 집값 상승기에 20·30대가 많이 매수한 6개 자치구(노원·도봉·강북·금천·관악·구로구)에서 나왔습니다. 과거 수억 원대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젊은 층의 고민이 깊어질 거라는 시장의 분석입니다.
경매, 왜 쏟아질까?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워진 임대인이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집이 경매로 넘어가거나 ▲‘영끌’해 산 집의 이자 부담을 버티지 못한 경우 등 고금리 여파가 큽니다. 반면 서울 강남권 고가 아파트는 사업 경영 악화 등으로 경매에 나온 케이스가 많았습니다. 단, 쏟아지는 경매 물건 대비 낙찰률¹⁾은 26.5%로 낮습니다. 4채 중 1채만 겨우 새 주인을 찾은 셈입니다.
check! 올 10월 서울 아파트 낙찰률은 26.5%로 전달(31.5%) 대비 5% 떨어졌지만, 낙찰가율²⁾은 86.7%로 전달(85.2%)보다 1.5%p 올랐습니다. 낙찰률이 내려간 데 반해 낙찰가율이 오른 건 ‘옥석 가리기’가 뚜렷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¹⁾ 낙찰률: 경매에서 낙찰되어 새 주인을 찾은 비율입니다. 낙찰률이 60%라면 경매 10건 중 6건이 새 주인을 찾았다는 얘기. ²⁾ 낙찰가율: 감정가 대비 낙찰가격의 비율입니다. 낙찰가율이 90%면 감정가가 10억 원인 물건을 9억 원에 낙찰받았다는 뜻입니다. 낙찰가율이 100%면 시세를 다 주고 산 것과 다름없단 뜻.
경매에 대한 이모저모 경매 물건이 늘며 수요자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경매 초보자가 꼭 알아야 할 경매의 기본 개념을 Q&A로 정리합니다.
Q 돈이 얼마나 있어야 경매에 참여할 수 있을까? A 돈이 아예 없으면 불가능합니다. 적어도 최저 매각 가격의 10% 수준인 입찰보증금은 필요합니다. 최저 매각 가격이 3억 원이면 3000만 원은 있어야 하는 겁니다. 여기서 잠깐. 그런데 왜 돈이 없어도 경매에 입찰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느냐고요? 대출이 유리해섭니다. 저렴한 가격에 낙찰받으면 낙찰가의 80%까지 대출이 나옵니다. 즉 낙찰가의 20%만으로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는 겁니다.
Q 시장 하락기와 상승기, 경매에 유리한 시기는? A 시장 하락기가 유리합니다. 하락기엔 채무불이행 사례가 늘고, 경매에 나오는 부동산도 증가합니다. 이에 시세보다 싸게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습니다. 물론 시장 상승기에도 경매는 존재합니다. 단, 이땐 경쟁이 치열해 싼값에 낙찰받기 어렵습니다. 급매 가격 정도에 낙찰받아 집값 상승 흐름에 편승, 오른 가격에 매도해 수익을 내기 때문입니다.
Q 권리분석을 몰라도 입찰할 수 있을까? A 가능하긴 하지만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법원에서 해당 물건에 어떤 권리관계가 있는지 미리 고지하긴 하지만 위험성은 입찰자 스스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권리분석입니다. 즉 권리분석은 ① 물건에 딸린 위험을 확인하고 ② 스스로 해결 가능한 범위에 있는지 판단하는 겁니다. 권리분석을 하지 못하는 건 위험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Q 낙찰받고 취소해도 될까? A 결론부터 말하면 취소하는 건 아주 어렵습니다. 낙찰 후 일주일이 지나면 매각허가결정이 납니다. 만약 이 매각에 이의가 있는 사람(이해관계인 중)이 있다면 일주일 안에 매각불허가신청을 해야 합니다(일주일이 지나면 매각허가결정이 나고, 그 후엔 매각허가결정취소신청을 해야 합니다. 매각불허가도 어렵지만, 매각허가결정취소는 더 어렵습니다). 매각불허가신청은 낙찰자의 잘못이 아니라 절차상 문제나 법원도 알지 못한 결정적 문제가 있을 때 받아들입니다. 법원은 누군가 경매 진행을 방해하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참고로 낙찰자가 낙찰받은 부동산의 잔금을 내지 않으면 법원은 입찰보증금을 몰수합니다.
“2년 더 살게요” 증가 계약갱신청구권¹⁾을 쓴 서울 아파트 임차인의 비중이 늘었습니다. 올 하반기(7~10월) 전월세 갱신계약 중 이걸 쓴 비중은 34.5%로, 32.8%를 기록한 상반기(1~6월) 대비 1.7%p 증가했습니다(출처: 부동산R114). 지난여름부터 서울 아파트 전셋값 강세가 이어지는 것과 관련이 깊다는 평입니다. ¹⁾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계약을 맺고 2년간 거주한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2년 추가 계약을 요구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보증금 인상률을 5%로 제한하는 전월세상한제와 함께 과거 전셋값 상승기에 임차인에게 ‘안전판’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37년간 연평균 6.7% 상승 서울 아파트값이 지난 37년간 연평균 6.7%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37년 중 11년은 전년 대비 가격이 떨어졌지만 하락률은 대체로 5% 미만이었으며, 나머지 해는 올랐습니다. 때론 두 자릿수의 가파른 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고요(출처: KB부동산). “서울은 공급은 한정적이지만 수요는 많아 집값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분석입니다. GTX-A 내년 3월 조기 개통 GTX-A¹⁾노선 중 수서역~동탄역 구간 개통을 내년 3월(기존 4월)로 앞당깁니다. 수서역~동탄역 구간이 개통하면 이동 시간은 19분(현재 1시간 20분대)으로 줄어듭니다. GTX 기본요금은 2015년 계획한 2592원에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4000원대 초반으로 확정할 거란 예측입니다. ¹⁾ GTX-A: 지하 40m에 터널을 뚫고 노선을 직선화해 기존 지하철보다 3배 이상 빠르게 달리는 열차입니다. GTX-A 노선은 경기 파주 운정~화성 동탄 간 79.9㎞를 잇습니다. 저리 대출, 신청자 34%만 승인 올 들어 9월까지 전세 사기 피해자의 저리 대출 신청은 378건 접수됐지만, 그중 130건(34%)만 승인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부부 합산 연 소득 7000만 원 이하’로 소득 기준이 너무 낮았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다행히 최근 이 요건을 ‘부부 합산 연 소득 1억3000만 원’으로 확대했습니다. ¹⁾ 전세 사기 피해자 저리 대출: 전세 사기 피해자가 기존 집을 떠나 새로운 전셋집을 얻을 때 이용할 수 있는 정부의 금융지원책입니다. 연 1.2∼2.7% 금리로 최대 2억4000만 원까지 빌릴 수 있습니다. 주담대 3조 원 증가 올 10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¹⁾이 9월 대비 3조7000억 원 가까이 늘어 6개월째 증가했습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주담대)²⁾이 3조 원가량 늘며 대출 증가세를 이끌었습니다.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압박에도 이처럼 가계대출이 증가해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움직임이 빨라질 거란 주장이 나옵니다. ¹⁾ 가계대출: 가정에서 집을 사는 등 생활을 목적으로 은행에서 빌린 대출이나 개인(사업자X)에 대한 대출을 의미합니다. ²⁾ 주택담보대출: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걸 말합니다.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구매할 집을 담보로 빌리는 경우, 이미 구매한 집을 담보로 빌리는 경우. 즉 집을 사려는데 돈이 부족해 대출을 받거나, 매수한 집을 담보로 생활자금 등을 빌리는 케이스입니다.
고양이들의 차지가 된 라탄 바구니
#45 나의 저질 체력과 잿빛 라탄 바구니 어릴 적엔 내가 건강 체질인 줄 알았다. 학교 다닐 땐 밤새워 과제를 완성한 날에도 저녁까지 쇼핑을 했고, 사회 초년생 시절엔 밤 11까지 야근하고 다음 날 새벽에 지방 출장을 갔다. 그렇게 해도 좀처럼 아프지 않았다. 그런 체력이 30대 중반을 기점으로 달라졌다. 갑자기 오한이 들어 응급실로 달려가거나, 방광염으로 몇 날 며칠을 누워 지내거나, 생리통으로 일정을 취소하는 일이 생겼다. 생사를 오가는 큰일은 아니지만 질병으로 인한 수술도 두 번 했다. 이런저런 일을 겪고 난 30대 후반부턴 ‘무리하지 말자’는 여섯 글자를 마음에 새기고 지낸다. 아무리 좋은 제안과 행사도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 즉시 포기하게 됐다.
거실에 놓인 잿빛 라탄 바구니로 말하자면 ‘저질 체력 기념품’ 같은 물건이다. 몇 년 전, 부산의 한 유명 호텔에서 진행한 자동차 브랜드 파티에 초대된 적이 있다. 행사에 참여하고 호텔에서 하룻밤 묵는 코스였다. 나는 자못 설레는 맘에 약속된 주말이 오기만 기다렸다. 그런데 하필이면 금요일 밤 생리통이 찾아왔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만큼 아파 친한 친구에게 그 사실을 알렸고, 결국 친구가 나 대신 부산행 열차를 탔다. 그다음 주에 만난 그녀의 손엔 커다란 바구니가 들려 있었다. 그녀는 활짝 웃으며 “네 덕에 정말 즐거운 주말을 보냈어”라고 말했다. 나는 친구가 우리 고양이들을 떠올리며 호텔 기프트 숍에서 샀다는 흔치 않은 잿빛 컬러 바구니가 마음에 들었다. ‘그 호텔에서 이렇게 멋진 물건을 파는구나. 언젠가 꼭 한번 가봐야지’ 다짐했지만, 바쁜 스케줄과 저질 체력 탓에 아직 가보지 못했다.
그 일이 있은 후 아파서 참석을 포기한 몇몇 행사에 대한 아쉬움이 생길 때면 그때 친구가 선물한 잿빛 바구니를 바라본다. 그 안에서 동그랗게 몸을 말고 쉬는 고양이들을 보며 ‘행사에 가지 못한 대신 이 친구들과 시간을 보냈구나’ 생각하면 아쉬움 같은 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앞으로 내 인생엔 ‘무리하지 않고 고양이들과 보내는 하루하루’가 늘겠지. 그것도 그 나름대로 좋은 일이겠다.
마이너스옵션 아파트 계약 시 입주자가 가구, 벽지 등 기본 선택 품목을 뺀 가격으로 분양받을 수 있게 한 제도입니다. 이걸 택하면 분양가에서 보통 2000만~3000만 원 정도 저렴해집니다. 대부분 입주자 모집 공고 뒷부분에 명시해 못 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권리금 기존 상가나 회사 등을 인수할 때 고객과 영업상 노하우 등 유·무형 재산을 이어받는 대가로 지급하는 돈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자릿세’. 단, 법에선 그 성격만 명시할 뿐 보호하지는 않는, 일종의 ‘투자자금’입니다.
고소한 냄새
밥 짓는 냄새가 날 것 같은 풍경.
사진 제공. @pancake.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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