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생선을 먹었을까?
LH 직원들이 3기 신도시로 지정된 땅을 미리 엄청나게 사들였다는 의혹이 나왔습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고양이가 모두 생선을 좋아할 거라는 편협한 시선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오늘 부딩 뉴스레터는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 고양이는 생선을 먹었을까?’에 대해 다룹니다.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
LH 직원 13명이 땅투기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기밀정보를 이용해 최근 3기 신도시*로 추가 지정된 땅을 2018년부터 작년까지 사들였다는 겁니다. 이들이 산 땅은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과 무지내동에 있습니다. 총 2만3028㎡(약 7000평) 규모로 약 100억 원에 샀고, 대출금만 58억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 의혹을 공개한 시민단체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는 제보를 받고 겨우 하룻동안 조사했는데 위와 같은 결과가 나온 사실에 말문이 막혔다고 합니다.
*남양주시 왕숙, 하남시 교산 등에 아파트 30여만 가구를 짓는 현 정부의 대표적 주택공급 정책입니다.
이슈의 핵심
어제와 오늘 시각이 다소 다른 기사도 나옵니다. 지금 중요한 건 LH 직원들이 기밀을 유출했느냐 안 했느냐가 아니라, 신도시 개발을 담당하는 이들이 미리 그 땅을 사서 셀프 보상을 받는 것 그 자체라는 주장입니다. 참고로 LH 직원들이 사들인 땅은 대부분 농지입니다. 개발에 착수하면 대토보상*을 받을 수 있는 곳입니다. 심지어 이들은 남의 이름을 빌리지 않고 실명으로 땅을 샀습니다. 이에 시장에선 그동안 이 같은 일을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관행처럼 해왔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공공사업에 수용되는 토지를 현금 대신 개발된 땅으로 보상하는 제도입니다. 땅으로 보상받으면 면적은 줄지만 그곳에 건물을 지을 수 있어 가격이 오른다는 게 시장의 일반적 평가입니다.
고양이는 생선을 먹었을까?
현시점 LH 직원들을 성토하는 기사가 대부분이지만, 한편으론 시민단체의 지적이 과도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두 집단의 주된 주장을 소개합니다.
고양이가 생선을 먹었네!
“농사를 짓는 이가 논밭을 소유해야 한다는 ‘경자유전’의 원칙을 앎? 근데 LH 직원들이 산 땅은 대부분 논밭이었음. 공사에 출퇴근하며 직접 농사를 짓는다는 게 말이 됨? 까보면 다 나옴. 이참에 다른 신도시도 다 조사해봐야 함!”
“정부는 지난 몇 년간 민간기업 주도의 아파트 건설은 거의 묶어두고 LH의 공공개발만 밀어줬음. LH의 권한이 그 어느 때보다 강했다는 얘기. 근데 그곳 일부 직원의 의식 수준이 이 정도임? 앞으로 국민은 뭘 믿고 신뢰하겠음?”
생선이 싫은 고양이도 있다네!
“LH 직원들이 땅을 샀다고 모두 투기로 몰 순 없음. 해당 지역은 2010년에 개발예정지구로 지정되고, 2015년에 그 계획이 취소된 곳임. 전부터 다양한 이슈가 있었던 곳이란 말씀. 의혹을 앞세우기 전에 조사부터 제대로 했어야 함!”
“그냥 장기투자 목적으로 샀을 거란 생각은 안 함? 직원들이 땅을 산 곳은 2018년 처음 3기 신도시 계획을 발표할 때에도 유력 개발 후보지였음. 게다가 최근에 산 것도 아니고, 2018년에 산 땅까지 문제 삼는 건 너무 심함!”
이 문제 앞으로 어찌 됨?
정부는 이 일과 관련해 해당 직원들은 물론 전현직 임직원과 그들의 가족까지 모조리 조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특별 주문한 사항입니다. 다만 국토교통부 산하 기관인 LH는 직원이 1만 명에 달하고 각종 개발 정보가 모이는 곳이기에 클리어한 조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는 이는 많지 않습니다. 2018년에도 정부 발표 전 LH 직원이 3기 신도시 도면을 유출하는 사고가 있었지만, 당시 그 직원에게 ‘주의’ 처분만 내려졌기 때문입니다.
1000만 명 깨짐
서울시 인구가 1988년 이후 32년 만에 1000만 명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경기도와 인천 등으로 인구가 빠져나간 데다 지난해에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외국인 인구가 크게 줄어든 결과라는 분석입니다. 참고로 고령화 추세는 더 가팔라졌다고 합니다. 10년 전에 비해 65세 미만 인구는 120만 명 줄고, 65세 이상 인구는 56만 명 늘었다고.
기본주택이 기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이상 도내 3기 신도시 주택을 ‘기본주택’으로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기본주택이란 소득이나 자산 등으로 입주 자격을 제한하지 않고, 무주택자가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를 내고 30년 이상 살 수 있게 하는 임대주택입니다.
10채 중 8채
최근 거래절벽으로 부동산시장이 얼어붙고 있다고 하는데, 경매시장은 계속 종전 기록을 갈아치우는 활황을 보이고 있습니다. 가령 지난 2월 서울에서 법원경매로 나온 아파트 10채 중 8채가 낙찰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법원경매로 나온 서울 아파트 월간 사상 최고 낙찰률이라고 합니다. 서울 아파트 낙찰률은 작년 12월 52.8%, 올해 1월 75%에 이어 지난달 처음으로 80%를 찍었습니다.
일반분양
청약홈(applyhome.co.kr)이 공개한 청약 정보 중 서울과 수도권 위주로 소개합니다.
매수우위지수
KB부동산 리브온이 내놓는 매수우위지수는 0~200 사이의 숫자로 산출되며, 100을 넘으면 집을 사려는 이가 많아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크고, 그 미만은 팔려는 이가 많아 집값이 내릴 가능성이 큰 걸 의미합니다.
매주 월요일에 지수를 업데이트합니다. (등록일 3월 1일)
전세수급지수
KB부동산 리브온이 내놓는 전세수급지수는 0~200 사이의 숫자로 산출되며, 100을 넘으면 수요가 많아 전셋값이 오를 가능성이 크고, 그 미만은 공급량이 많아 전셋값이 내릴 가능성이 큰 걸 의미합니다.
매주 월요일에 지수를 업데이트합니다. (등록일 3월 1일)
40년 가까이 자라온 과거 둔촌주공아파트 내 나무들
ⓒ 안녕, 둔촌주공아파트
나무, 살릴 수 없나요?
어떤 나무는 아파트 높이만큼 자랍니다. 지은 지 40년쯤 된 아파트에선 흔한 일입니다. 한데 재건축 공사로 해당 아파트를 부수면요? 어떤 나무는 살고 어떤 나무는 죽는다고 합니다. 나무의 운명을 가르는 건 산림보호법에 따른 보호수 지정 여부. 보호수로 지정된 극소수의 나무는 살고, 그렇지 않은 것은 조합원(집주인)의 재산으로 분류돼서 베여 죽임을 당한다고 합니다.
조합원들끼리 얘기 좀 잘해 나무를 다 살리면 되지 않느냐는 질문이 나올 법도 합니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대요. 한 그루당 이식 비용이 100만 원에 달하고, 이식한다고 해도 나무가 건강하게 자랄 확률은 희박해서라고. 다른 이유는 역시 돈 문제입니다. 큰 나무 몇 그루를 베어버리면 그 자리에 아파트 한 동이 올라가는 경우도 왕왕 있단 얘기입니다.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새 아파트를 짓기 위해 나무를 베고, 새 아파트를 지은 후엔 다시 돈을 들여 새 나무를 심으니까요.
지식산업센터
단독으로 공장이나 사무실을 짓기 어려운 중소기업들이 입주할 수 있는 다층(3층 이상) 건물을 말합니다. 2010년까지만 해도 ‘아파트형 공장’으로 불렸습니다. 이름을 바꾼 이유는 공장이라는 부정적 인식 때문에 사업 진출을 꺼리는 건설사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분양형 호텔
호텔의 한 객실을 분양받아 소유한 뒤, 전문 관리업체에 운영을 맡기고 거기서 발생하는 수익을 얻는 방식을 말합니다. 콘도가 본인이 이용하기 위한 것이라면, 분양형 호텔은 임대하기 위한 것이란 차이가 있다고. 2010년대 중반 국내에서 꽤 인기 있는 수익형 부동산이었습니다.
그 사람
지금쯤 그 사람도 저 빛깔로 물들고 있을까.
사진 제공.@yesye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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